아직 나를 둘러싼 세상이 그렇게 커보이지 않았을 무렵, 젊은 날의 나는 어디든 떠날 수 있고, 무엇이든 할 수 있고,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. 일상에 묻혀 그런 마음들이 희미해 질때면배낭을 꾸리곤 했다. 떠날 수 있는 자유를 갈망해서 여행길에 올랐는데여행의 끝자락에선 일상 속 여행을 새로이 시작하며 머물 수 있는 용기를 얻고 돌아왔다. 홀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옳았다. 나이가 들고 나보다 세상이 더 커보이기 시작했을 때, 젊은 날의 여행은 잊혀지지않는 짙은 향기처럼 시린 가슴을 스쳐 물들이곤 한다. 그리고 나지막히 속삭인다. 어디든 떠날 수 있다고.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.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.